“저물어 가는 햇살이 강물 위에 반짝이는 모습은 어느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고, 언제 보아도 가슴이 저렸다.”
<시인 동주>라는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암흑시대를 살아가던 시인의 감정을 가장 잘 대변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성찰 과정을 맑고 아름다운 시로 지어낸, 우리 모두 사랑하는 시인이다. 나는 윤동주 시인을 접한 그 순간부터 사랑해 마다할 수 없었다. 영화 <동주>와 그의 생애를 각색한 소설인 <시인 동주> 등 그가 소재로 된 작품까지 따로 챙겨볼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그의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갖고 있다.
다음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다.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빠알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프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毒)은 어린 꽃과 함께.
태초의 아침, 윤동주
이 시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근본적인 죄를 가지고 있다는 기독교의 원죄의식과 그에 의해 죄를 짓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랑은 뱀의 유혹과 함께 시작되었고, 뱀의 독이 있지만 꽃은 피어난다고 하여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한 시인의 시각이 묻어난다고 할 수 있다. 민족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방해하고 유혹하는 뱀, 화자의 양심을 더럽히려는 일제의 유혹을 독이라 한다면 그런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어린 꽃은 조국 광복에 대한 희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시 한 편에도 다양한 의미를 담아 광복을 노래하는 시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 윤동주의 <아우의 인상화>라는 시를 수업 시간에 배우게 된 이후로 더욱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치욕’을 상징하는 ‘거울’을 밤마다 닦으며 욕된 얼굴을 지우고 참된 모습을 찾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시구이다. 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비극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신념을 시에 온전히 녹여낸 윤동주 시인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그때부터 롤모델로 삼아오기 시작했다. 어렵다고 느껴지면 쉽게 포기하는 나의 모습과 비교되는 그의 기개를 보며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나는 그의 시를 종종 필사하곤 했다. 책을 필사하는 것이 글 쓰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인이 어떠한 심정으로 이 시를 썼을지 천천히 생각하면서 필사하는 것이다. 화자에게 감정 이입을 더욱 수월하게 하여 마음속 깊이 시를 새길 수 있는 것이다. 소설과는 달리 시는 상징하고 의미하고자 하는 바가 깊게 숨어있기 때문에 이를 다양한 배경을 통해 해석해 나가는 것이 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쟁을 하다 민족의 별이 된 윤동주 시인. 나 또한 그처럼 끊임없이 성찰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대학에서 배워 이를 미래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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