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따뜻한 날들을 앞두고서, 담담히 이 새벽녘에 고하는 글.
2022년의 짧은 회고록
어느 순간 놔버린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걸 깨달은 밤이었다. 몽글하게 피어오른 추억들과 불안에 떨며 땀을 훔쳤던 나날들. 그렇게 쌓인 그것들- 어쩌면 감정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이 저들만의 음을 내며 묘하게도 조화로운 곡이 되었다. 아마도 헛되지 않은 모든 것이었겠지, 라며 단단한 위로를 보내본다.
그 날은 봄이 유독 미운 날이었다. 선홍빛 뺨과 달리 구름이 먹먹하게 끼어있는 눈가의 그림자. 바람마저 쉽사리 불어내기 힘들었던 무거운 먹구름이 온세상을 집어삼킨 듯 하루종일 축축하게 전신을 깔아뭉갰다. 햇살은 맑고 거리에선 노래를 부르는 데 말이다. 그럼에도 여름은 또 오더라.
조금은 생각을 덜고 날을 마주하니 용기에 대한 지나친 동경은 혼란스러운 잔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먼저 깨진 거울부터 청소해야했다. 나는 왜 그렇게도 몰랐을까.
때로는 뉴에이지가 끌리는 날이었고, 때로는 열렬한 베이스에 사로잡혔으며, 어느 날은 상관않고 늦여름 공기가 흘리는 선율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우산을 펼칠 힘이 생겼다. 비는 서서히 그쳤다. 시끄러운 진동은 더 이상 나를 울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게 아닐까
찬 바람이 불 때 장갑을 나눠낄 인연이 있다면
싱그러운 마음으로 덧없는 응원을 보낼 수 있다면
고작 말 몇 마디에 근심없는 웃음을 싣고 있다면
꾹꾹 저 아래에 눌러놨던 혹자의 일기를 펼쳐보니 남모르게 적어왔던 하루하루가 어느덧 12달이 다 되었다.
벌써부터 화려한 빛들이, 포근한 거리들이 얼음을 녹히고 새롭게 닦아나갈 길의 풍경이 된다.
아침은 늘 온다.
그리고 이불이 있어 참 다행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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