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에 해바라기를 무서워했다. 머리가 아릴 정도로 햇빛이 내리쬐던 여름의 한 때였다.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늦은 점심에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하필이면 청소 당번이었기에, 굶주린 배를 쥐고 집으로 가는 지름길 언덕으로 오르던 때였다. 언덕을 넘으면 교차로가 있었는데, 그 모퉁이에 나보다 몇 뼘이 큰 해바라기가 하나 있었다.
꽃말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쓴 책을 가장 좋아했던 나는 해바라기가 왜 해바라기인지 알고 있었다. 태양이 뜨면 고개를 들어 그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름이 해바라기라는 사실.
문득 멈춰서서 그 해바라기를 보았다. 그런데 해를 올려다 보아야 할 해바라기가, 표정없는 커다랗고 꺼먼 얼굴로 축쳐진 채 나를 올곧이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공포스러웠다. 나보다 몇 뼘이 큰 그 해바라기가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그 골목, 정오가 지나 해가 강렬히 번져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할 그 시간에, 나와 마주치는 순간. 나는 어쩐지 그 커다란 존재가 무서웠다.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단지 하등 식물이어도 어린 내게 그 해바라기는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그대로 집까지 달려왔다.
겁이 많은 아이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그 길을 다녔지만, 왠지 모르게 그 이후로부터 해바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보다 커다란 것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릴 적엔 단순히 보여지는 압도감에 짓눌린 것이지만, 어른이 되니 그 해바라기보다도 커다랗고, 무서운 무형의 것이 더러 존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 사회, 그리고 이 세상들. 그곳에서 나는 살아간다.
그러나 다짐했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있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고.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곳이라면 온 몸을 다 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중도 포기란 없다고. 두려움의 덩어리를 벗어내고 해바라기 숲을 당당히 거닐 것이라고.